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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로 발달한 무선 통신은 시각 처리와 구별할 수 없다

이 글은 2021년 5월 진행된 POSTECH TechReview 세미나에서 이어져 7월에 투고한 원고의 줄이기 전 원본입니다. 이 분야를 완전히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풀어쓰려고 노력하다 보니 학술적 비약도 있습니다.


현대 네트워크 기술의 데이터 처리 속도는 굉장히 빠릅니다.

환경에 따라 성능 차이가 큰 무선 네트워크도 이제는 유선과 동등한 수준의 속도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AI 기술은 아직 네트워크만큼 빠르게 동작하지 않기 때문에 네트워킹 과정에 AI를 더하여 성능 향상을 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아직 먼 이야기입니다. 더군다나 모바일 네트워킹에서는 제한된 배터리로 동작하는 모바일 디바이스와의 상호작용이 주가 되기에 고전력·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현대 AI 기술과의 결합은 아직 요원합니다.

그렇지만 무선 통신 과정에서 AI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명확히 알 수 있었고, 학자들은 그 문제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실로 오늘날에는 기존 무선 통신 기술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성능을 보인 기계 학습 기반 논문이 상당수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상용화까지는 많이 남았지만요. 또, AI를 위해 데이터를 모으다 보면 고성능 무선 통신을 위해 개발했지만 새로운 방향으로의 기술 활용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번 테크리뷰 세미나에서는 이와 관련해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보았는데, 이 글에서는 그 중 CSI와 그 활용을 중심으로 일부를 싣고자 합니다.

참고 : 요즘 시대 무선 통신 기술의 지향점

다소 동떨어진 내용이라 접어놓습니다.

더보기

무선 통신 기술은 크게 두 가지 분야의 기술의 결합인데, 각각 물리(PHY) 계층과 MAC 계층이라고 합니다. 물리 계층은 실제 1010101... 데이터를 어떻게 전기 신호로 변환하고 송·수신할지에 관한 기술, MAC 계층은 신호 전달의 매질을 여러 장치가 공유할 때 어떻게 서로 순서를 정해서 겹치지 않게 통신할지에 관한 기술입니다. 물리 계층 기술이 발달하면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게 되고, 그에 맞추어 MAC 계층 기술이 효율적인 프로토콜을 제시하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발전의 현황과 지향점은 ITU-R[각주:1]에서 공표하는 IMT[각주:2] 시나리오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것은 IMT-2020인데, 여기서는 '이 정도는 되어야 5G 기술이라 부를 수 있다'는 최소 요구 시나리오 세가지를 명세하고 있습니다. 먼저 eMBB[각주:3] 시나리오에서는 안정적인 상황에서 20Gb/s의 통신 속도를 요구하고, URLLC[각주:4] 시나리오에서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통신 지연 1ms 이하와 기지국 전환으로 인한 지연 0ms 이하를 요구합니다. 또 mMTC[각주:5] 시나리오에서는 제곱킬로미터당 백만 개의 디바이스가 있는 초고밀도 환경에 대응하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세가지 시나리오를 모두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어야 기술적으로 진정한 '5G'가 되는 것이죠.

ITU 로고

신호 전송의 원리와 채널

신호의 전달은 미리 정해둔 주파수 대역에서 이루어집니다. 이 주파수 대역은 반송파(Carrier Frequency)라고 하는데, 현재는 그 대역을 서로 간섭이 없는 간격으로 더 잘게 쪼갠 부반송파(Subcarrier Frequency)에서 각기 다른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OFDM 기법을 이용합니다.

OFDM(Orthogonal Frequency Division Multiplexing) 개념도. 각 부반송파에서 하나의 QAM 신호를 충분히 해석할 수 있는 시간동안 전송하는 높은 주파수 효율의 기법이다.

즉, OFDM에서는 각 부반송파마다 다른 비트열(1010101...)을 적당히 신호로 나타내서 동시에 전송하는 것이죠. 여기서 '적당히 신호로 나타내는' 방법은 QAM을 주로 사용합니다. 신호 좌표 상에 점을 찍고, 미리 각 점이 의미하는 데이터를 00, 01, 10, 11과 같이 정해두는 방식입니다. 점을 더 잘게 찍을수록 더 많은 비트를 한번에 전송해서 더욱 전송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채널'을 고려해야 합니다.

QAM(Quadrature Amplitude Modulation) 신호 종류. 위 신호는 모두 같은 시간동안 전송되므로, 오른쪽으로 갈수록 식별은 어렵지만 더 많은 양을 전송할 수 있다.

유선과 다르게 무선 신호는 선을 따라 전송되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대부분의 안테나는 '무지향성'이라 해서, 특정 방향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방사형으로 신호를 전파합니다. 그러다보니 신호를 받는 쪽에서 그걸 들을 때는 이리저리 반사되고 각종 벽이나 기물을 투과하며 중첩되고 왜곡된 신호가 들리게 됩니다. 이러한 신호 전달 환경을 우리는 "채널(Channel)"이라 부릅니다.

채널(Channel) 개념도. 신호가 걸어가는 사람이라면, 채널은 인도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채널의 상태를 숫자로 나타낸 것을 '채널 상태 정보(Channel State Information)', CSI라고 합니다. CSI가 포함하는 정보는 두 가지 <진폭 감쇠> 정도와 <위상 이동> 정도입니다. 아까 신호 좌표 상에 점을 찍어서 정보를 나타낸다고 했는데, 여기서 보낸 신호와 받은 신호 간의 차이를 아래 그림처럼 극좌표계로 해석했을 때 각도의 변화가 위상 이동 정도, 반경의 변화가 진폭 감쇠 정도이고, 보통 복소수를 사용하여 수치화합니다.

채널은 주파수마다 달라지므로, CSI도 주파수마다 달라지게 됩니다. 만약 채널을 정확하게 안다면 어떻게 원본 신호가 변형되어 여기까지 왔는지 아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왜곡된 신호를 원본 신호로 복원할 수 있습니다. 채널 측정 방법은 일반적으로 미리 약속한 신호를 송신하고 수신 측에서 원래 찍혀야 할 점 위치에서 얼마나 벗어나는지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Wi-Fi, 5G도 이러한 방식으로 채널을 추정하고 있습니다.

신호를 해석하는 AI : 심층 신경망을 활용한 채널 추정

한 주파수 안에서 우리는 데이터도 보내야 하고, 정확한 데이터 왜곡 복구를 위해 채널 측정도 해야 합니다. 항상 채널 측정만 할 수 없고, 항상 데이터 교환만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일정 기간동안 채널을 측정하지 않을 때가 생기는데, 이 때 알고 있는 채널 상태와 실제 채널 상태가 달라 정확한 원본 신호 복구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여기서는 AI 기술 중 하나인 초해상화(Super-Resolution)를 사용해볼 수 있습니다. 초해상화를 간단히 말하자면 CNN 학습을 통해 저해상도 이미지를 고해상도 이미지로 변환하는 기법입니다. 기존 CSI의 측정은 띄엄띄엄 이루어지므로 저해상도라 할 수 있는데, 이를 CNN 변환을 통해 고해상도로 측정된 CSI로 변환하여 더 정확한 채널 추정을 해볼 수 있습니다.

The Pipeline for DL-based Channel Estimation

이렇게 비전 처리 계열 기술을 통해 고해상도로 복원한 CSI를 기반으로 더욱 정확하게 원본 신호를 복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해석하면 정보 전달 오류 또한 줄어들게 됩니다. 레퍼런스 논문[각주:6]의 시뮬레이션에서는 48개 주파수에서 알고 있는 신호를 쏘고, 72개의 주파수에 대해 채널 추정 오류를 측정했는데, 그 결과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Channel Estimation MSE at SUI5 Channel Model

 

  • Ideal MMSE
    모든 주파수의 채널 상태를 알 때
  • Estimated MMSE
    일반적인 채널 추정 기법 사용
  • Ideal ALMMSE
    모든 주파수의 채널 상태를 알 때, 연산량이 적은 또 다른 채널 추정 기법
  • Deep Low-SNR
    안 좋은 채널을 복구하도록 학습한 SRCNN
  • Deep High-SNR나쁘지 않은 채널을 복구하도록 학습한 SRCNN

 

결국 컴퓨팅 파워를 조금 더 들여 인공 지능 연산을 수행하면 더욱 많은 정보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게 됩니다.

신호를 눈처럼 사용하는 AI : CSI 기반의 동작 인식

이번에는 CSI의 조금 재미있는 활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동작 인식이라고 하면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카메라를 이용한 것이 먼저 떠오르는데, CSI를 활용한 동작 인식이라니. 기존의 방식과 다르게 CSI 기반의 동작 인식은 개인 정보 문제, 보이는 곳이어야 한다거나 착용해야만 한다는 전제 조건, 따로 디바이스를 구매해야한다는 단점이 없습니다. CSI는 여러분 집에 있을 무선 공유기에서 이미 계산하고 있는 정보이기 때문이죠. CSI에는 신호의 전파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왜곡이 나타나는데, 이 중에는 사람의 동작에 따른 왜곡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이를 심층 신경망을 통해 학습한다면 사람의 동작을 분류할 수 있는 것이죠. 연구 단계에서 이 기술을 사용한 사례는 아래와 같이 다양합니다.

  • CSI 기반 화재 감지 : Zhong, S., Huang, Y., Ruby, R., Wang, L., Qiu, Y. X., & Wu, K. (2017, May). Wi-fire: Device-free fire detection using WiFi networks. In 2017 IEEE International Conference on Communications (ICC) (pp. 1-6). IEEE.
  • CSI 기반 실내 측위 : Wang, X., Gao, L., Mao, S., & Pandey, S. (2016). CSI-based fingerprinting for indoor localization: A deep learning approach. IEEE Transactions on Vehicular Technology, 66(1), 763-776.
  • CSI 기반 호흡 감지 : Wang, X., Yang, C., & Mao, S. (2020). On CSI-based vital sign monitoring using commodity WiFi. ACM Transactions on Computing for Healthcare, 1(3), 1-27.
  • CSI 기반 수화 인식 : Ma, Y., Zhou, G., Wang, S., Zhao, H., & Jung, W. (2018). Signfi: Sign language recognition using wifi. Proceedings of the ACM on Interactive, Mobile, Wearable and Ubiquitous Technologies, 2(1), 1-21.

현재는 상용 솔루션을 완성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연구 중에 있는데, 앞으로 CSI 기반의 동작 인식 기술이 나아갈 방향을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신호가 송신 안테나에서 방사형으로 퍼지면 수신 안테나에서는 여러 경로를 통해 도달한 신호가 겹쳐져서 수신되는데, 이를 경로마다 각각 분리할 수 있다면 각 경로에 있는 사람들의 동작을 각각 인식할 수 있겠죠.

또, 현재 개발 중인 전이중(Full-Duplex) 통신 기술을 활용해 볼 수 있습니다. 현재는 반이중(Half-Duplex) 통신을 사용해 LTE, 5G, Wi-Fi, Blue-tooth 등 통신이 이루어집니다. 반이중 통신은 한 채널에서 양방향(Duplex) 통신을 하지만 한번에 보내거나 받는 것 둘 중 하나만 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데[각주:7], 이 때문에 현재 CSI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신호를 보내는 측과 받는 측이 별개로 필요합니다. 전이중 통신을 위해서는 자신의 송신 안테나에서 보내지고 있는 신호가 바로 수신 안테나로 흘러들어오는 것을 방지하는 노이즈 캔슬링과 같은 기술(SIC[각주:8])이 필요한데, 이는 아직 활발히 개발되고 있으며 아직 상용 제품에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만일 전이중 통신을 기술이 사용 가능해지면 공유기 하나만 설치하여 자신의 신호가 반사되어 돌아오는 것을 측정하고, 그것에서 CSI를 계산함으로써 혼자서도 동작 인식을 할 수 있게 되겠죠.

이렇게 CSI 기반의 활용을 통해 통신 뿐 아니라 마치 카메라처럼 작동하는 동작 인식 분야로까지의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마치며

이 글에서는 무선 통신 분야의 일부분인 CSI와 그 연관 기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CSI 기반 기술은 무선 네트워크 자체의 성능을 높일 뿐 아니라 독거 노인의 낙상 여부 감지, 움직임 감지를 기반으로 한 방범 기능 등 다양한 분야로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기술입니다. CSI 기술과 그 발전상을 바라보면 마치 비전 기술을 따라가고 있는 것처럼, 마치 저해상도 CCTV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여러분도 느껴지시나요?

무선 통신 분야는 사전 지식이 많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유선 컴퓨터 네트워크 지식을 모두 알고있다는 전제 하에 많은 이론이 전개되기에 컴퓨터 네트워킹도 충분히 알고있어야 하며, 정보 전달에 있어서 '무선'이라는 불안정 요소가 크기 때문에 전자기학적 지식도 알아야 합니다. 분야가 깊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는 '쉽게 따라잡히지 않는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무선 네트워크의 세계에 빠져 연구를 한다거나 기술 창업을 하게 된다면 분명 그 누구도 쉽게 카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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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TU-R : 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Radiocommunication Sector [본문으로]
  2. IMT : International Mobile Telecom [본문으로]
  3. eMBB : enhanced Mobile Broadband [본문으로]
  4. URLLC : Ultra-Reliable & Low-Latency Communications [본문으로]
  5. mMTC : massive Machine Type Communications [본문으로]
  6. M. Soltani, V. Pourahmadi, A. Mirzaei and H. Sheikhzadeh, "Deep Learning-Based Channel Estimation," in IEEE Communications Letters, vol. 23, no. 4, pp. 652-655, April 2019, doi: 10.1109/LCOMM.2019.2898944. [본문으로]
  7. 휴대폰 상단바 아이콘에서는 업로드/다운로드 화살표가 동시에 뜨는 표현이 있는데, 셀룰러 통신의 경우 이론적으로 업로드/다운로드가 다른 채널을 사용하기 때문에 반이중 통신이더라도 동시에 업로드/다운로드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본문으로]
  8. Self-Interference Cancellation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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